2세들은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나는 흔히 말하는 “1.5이다. 나는 14세때 부모님을 따라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왔다. 우리 가족이 이민 간 곳은 한국 사람이 별로 없는 South Carolina의 시골 구석. 나는 미국에서의 첫 4년을 또래의 한국인 친구 한명 없이 그곳에서 보내며 전형적인 미국 남부 사람들과 인근 공군 부대의 군인들 사이에서 언어를 배우고 미국의 문화에 적응했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은 한인들이 훨씬 많이 있는 인근의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며 2세와 1.5, 1세 등과 교제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하여 다양한 관점들을 접하고 생각하게 되었고, 한인 이민 교회에 대한 나의 관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글도 1.5세인 나의 관점에서 본 2세와 1세 사이의 문화적 갈등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적 자료와 신학적 고찰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우리의 상황을 판단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모든 1세와 2세에 대한 나의 관찰은 대략적인 것이고 Generalized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볼 때 나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2세와 관련된 이민교회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글을 통해 한 이민교회 출신 사역자의 생각을 나눔으로 이민교회의 2세 사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과 좋은 대화를 나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2세들을 살펴보자. (이글에서 내가 말하는 2세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니고 대학생 이상 청, 장년을 말한다.) 재미교포 2세들은 모든 면에서 그들 부모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들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2세들이 심한 identity crisis를 경험한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저명한 선교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Paul Hiebert 교수와 2세들의 문제에 권위자인 Young Hertig 박사에 의하면이민 2세들은 가정에서는 그들 1세 부모의 가치관을 배우지만 학교에서는 새로운 문화에 의해 길들여 진다. 그들 존재의 중심에는 두개의 세계가 자리잡고 있다.”

고등학교 때 까지 부모들의 압력과 영향 밑에 있던 대다수의 2세들은 대학에 가고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 중 많은 이들이 자신들 스스로를 한국계보다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정체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들은 1세들처럼 미국의 언어와 문화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인종적인 차별과 편견을 우려하는 1세들도 있고, 흔히 말하는 “Glass Ceiling”이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 아직도 기정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 요즘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특히 남가주는) 다문화, 다민족 환경을 환영하는 추세여서 한인 2세들이 구태여 한국인이라는 민족적인 태두리 안에 안주할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2세들에게는 가족들간의 정,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심, 수직적인 상하 관계, 옳고 그름의 분명함 등등, 1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큰 영향을 못 준다. 오히려 미국인의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개인 권리, 상대주의, 다원주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 등이 전통적인 한국적 사고방식을 대체하게 되고, 그들은 북미의 포스트모더니슴과 다원주의적인 문화에 영향 하에 부모의 문화권에서 떠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접하는 미국의 대중문화의 영향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그들이 1세 문화와 갈등을 겪을 경우에 특히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 결국 그들은 부모들에게서 개별된 그들 자신의 새로운 가치관을 새운다.

그런데 이렇게 2세들이 1세의 문화권으로부터 탈출함으로서 생긴 한가지 어려움은 이민교회의 2세 청년 감소현상이다. 이미 지난 10여년 동안 다수의 2세들이 조용히 이민교회를 떠나 교회에서 아예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LA Times에 이미 지난 94년에조용한 출애굽”(Silent Exodus)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보도된 바있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의 이민 붐으로 그 때 이민온 1세들의 자녀들이 계속해서 청년, 대학생 나이에 접어들어 2세 청장년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 2세 청년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Irvine에 위치한 New Song Church의 담임목사인 Dave Gibbons는 이러한 2세 교인 감소 현상을 동양계 이민 1세대의 “Refuge Mentality”(난민 심리)에 대한 2세들의 강한 부정적 반응으로 본다. 그는난민심리 1세대의 문화 유지 및 생존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어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언어, 문화권 속에서 미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민 1세대가 생존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문화와 유산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는 한인 이민1세대가 오히려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문제는 2세들이 1세에 비해 문화에 있어 훨씬 더 큰 선구자적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부모들의 문화에 붙잡혀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에 이민 교회는 1세들의 문화가 가장 심하게 강요되는 곳일뿐 아니라 2세 청년들의 문화와 거리가 먼 곳이어왔다. 자신들과 맞지도 않고, 자신들의 필요를 채워 주지도 못할뿐 아니라 자신들이 싫은 것을 강요하는 이민 교회에 대한 2세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이민 교회를 영구적으로 떠나가는 것이었다.

이민 사회에서의 한인이민 교회의 영향력이란 이민 초창기 때부터 엄청난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은 한인교회로 하여금 많은 성장을 경험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2세들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2세들 가운데 1세 한인교회의 영향력은 사실상 매우 적다. (교회내의 2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교회 밖에 있는 대다수의 2세들을 말한다.) 과거 이민교회는 교인수를 늘리기 위해 특별히 전도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2세들에 있어서 전도 이상의 것을 행해야만 한다. 1세대를 위한 현재의 이민 교회 조직은 2세들에게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또한 한인 이민 교회는 타민족과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Gibbons 목사에 의하면 2세들은 그들이 미국의 대도시 환경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을 교회내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교회를 순수한 곳으로 보지도 않게 되고 교회에 끌리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교회 내 2세 청장년들의 감소현상은 현재 한인 이민 교회에 큰 염려거리가 아닐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음 글들에서 계속 이 주제를 나누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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